이승원, 카고 컬트와 달콤한 수채 冊冊冊(or Writing?)


카고 컬트와 달콤한 수채

배수관 세관제 세례를 받은 생쥐의 주검
화사하게 차린 주교들과 울긋불긋한 학장들
부조리와 애증은 격이 얼마나 다른데

사람 잘못 보았어요 그런 사람 아니에요

우발적인 계획의 공중 정원과
선택지 안에 들어찬 무허가 건물
술 끊는 한약에 소주를 타서 마시는 주정뱅이
호랑이 우리에 넣다가 잘린 손마디

노래하길 좋아하는 이는 자기 음색이
짧은 치마를 입은 이는 자기 다리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

외로운 척
옥상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남산 타워를
볼 때 그녀를 그리워했는데
문제는 그녀가 매번 다른 사람이란 거지
괴로운 척
아주 멋진 이름을 지을 수 있다
그걸 의미 없는 말로 바꾸기도 하고
도시의 서쪽은 실속 없이 빛깔만 좋지
우울한 척
충혈된 눈의 흰자위
책상 유리에 십 원짜리가 붙어 있다
청결한 곳은 집이 아닌 것 같아서

가장 큰 사건은 처음 수음을 했던 겨울방학
잠꾸러기야 일어나 아직도 자니
나이가 든 게야

그들은 아름다움을 팔아서 주택을 사들였어
깃털이 달린 옷을 입고 천박하게 하늘을 날았지


신분을 바꿔치기하려고
명복을 만끽하려고

백인 흉내를 내고 여자 흉내를 내고
그러다가 백인 여자 흉내를 내고
아 지겨운 낭만주의의 저능


이승원 시인
200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어둠과 설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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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통 꿈이 기억나지 않는다-
할 수가 없다-

나이가 든게지 꿈이 없어진걸까

눈을 뜨면 요란스레 울리는 알람소리뿐
그리고 다시 밤이 되면 가슴깊이 다리를 모으고

그늘속으로 나는 사라진다